UPDATE : 2017.6.1 목 17:08

[399호] N포 세대와 꿈의 대학

한국교원대신문l승인2017.03.13

크게

작게

메일

인쇄

신고

‘N포 세대’라는 신조어가 있다. 신조어는 필요와 요구에 의해 새롭게 고안된 것이어서 때로는 기존의 그 어떤 말보다 날카롭고 정확하게 당대의 사회적 상황을 담아낸다. 경제적 압박으로 인해 많은 것을 포기한 신세대를 뜻하는 ‘N포 세대’ 역시 현재 우리 사회가 안고 있는 심각한 문제를 예리하게 표현하고 있다.
   ‘3포 세대’는 연애, 결혼, 출산을 포기한 세대이고, ‘5포 세대’는 앞의 세 개 외에 내 집 마련과 인간관계를 포기한 세대이며, ‘7포 세대’는 이전의 다섯 개에 더해 꿈과 희망까지 포기한 세대라고 한다. N포 세대가 포기하는 대상은 결혼, 보금자리, 인간관계 등 우리 삶에 있어 가장 본질적인 것들이다. 암울한 현실이다. 그런데 이 신조어가 더욱 암울한 것은 N이라는 부정(不定) 정수가 내포하고 있는 바, 즉 포기하는 대상들이 앞으로도 셀 수 없이 많아질 수 있다는 어두운 전망이 깔려 있다는 점이다. 이 모든 포기들이 극심한 취업난에 기인한다고 하니, 청년들의 취업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 한, 언제든 ‘7포 세대’는 ‘13포 세대’로, ‘13포 세대’는 ‘17포 세대’로 확산될 수 있는 실정이다.   
   그런 면에서 우리 대학은 많은 이들에게 ‘꿈의 대학’이다. 국내 유일의 종합 교원양성 대학에 입학하면 일명 ‘꿈의 직업’이라 불리는 교육공무원에 비교적 용이하게 접근할 수 있으리라는 기대 때문이다. 단조로운 업무와 박봉에 시달리는 직업으로 인식되던 교육공무원이, N포 세대의 청년들에게 뿐만 아니라 남녀노소에 상관없이 거의 모든 이들에게, 이른바 칼퇴근이 가능한 편한 환경, 방학을 누릴 수 있는 안정된 직장, 노후가 보장되는 든든한 연금으로 대표되는 환상의 직업으로 여겨지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변화의 이유는 그동안 교육공무원에 대한 처우가 눈에 띄게 개선되었다거나 학교 환경과 교사의 위상이 월등하게 향상되었기 때문이 아니다. 또한 학교 교육이야말로 성장세대로 하여금 인간다운 사회의 보편적 가치를 깨닫게 하는 중차대한 과업이라는 인식이 널리 확산되었기 때문은 더더욱 아니다. 단지 앞날을 알 수 없는 불안한 현실과 점점 더 암담해져만 가는 경제적 전망이 꿈의 직업의 모습을 바꾸어놓았을 뿐이다. 한마디로 미래를 향한 자발적이고 적극적인 선택이어야 할 꿈이 현실적으로 강구된 타율적이고 소극적인 방책으로 대체된 것이다. 
   현실에 철저하게 종속되어 있을 때 그 꿈은 이미 꿈이 아니다. 제자들의 인격적인 성장을 돕는 스승이 되고자 하는 것이 꿈의 소산이라면, 안정된 직장에서 일하며 노후 대책을 마련할 수 있는 교육공무원이 되겠다는 것은 삭막한 현실 논리의 결과이다. 물론 스승은 교사이고 교육 현장은 출퇴근하는 직장임에 틀림없다. 그러나 스승의 꿈, 가르침의 포부는 안정된 직업이나 편안한 직장과 같은 메마른 현실 논리에서 나올 수 없다. 교육의 꿈은 성숙한 시민으로 성장할 학생들의 가슴 벅찬 미래를 향했을 때에 비로소 펼쳐질 수 있다. 오직 취업을 위해 교사를 꿈꾸는 것을 더 이상 꿈을 꾸는 것이라 할 수 없는 이유다. 
   그렇다면 우리 대학은 진정한 의미에서 ‘꿈의 대학’일까 하는 질문을 던져본다. 직장과 직업으로서 학교 교사를 꿈꾸는 것이 이미 꿈을 꾸는 것이 아니듯, 그런 직장에 취업하는 것이 가르침과 배움의 최대 목표인 대학이라면 이미 그 대학은 ‘꿈의 대학’이 아니다. 그것은 현실의 경제 논리를 철저하게 따를 뿐 아니라 그런 논리를 주도적으로 선도하고 조장하는 직업훈련소에 다름없다. ‘꿈의 대학’은 냉혹한 현실을 핑계로 본질적인 가치를 저버리지 않는 대학, 가슴 벅찬 미래를 꿈꿀 수 있는 권리를 끊임없이 주장하는 대학이다. 우리 대학의 구성원 모두는 그런 꿈의 대학, 꿈꿀 수 있는 대학을 희망한다. 
   ‘꿈의 대학’은 경제논리로 작동하는 손익계산서에서 플러스를 받았을 때 누군가에 의해 상패처럼 주어지는 것이 아니라 진정한 교육 본위(本位)를 실현하기 위해 함께 고민하고 노력할 때 우리 자신에게 다가오는 것이다. N포 세대가 가장 두려워해야 할 것이 결국 꿈과 희망을 포기하는 것이듯, 꿈의 대학이 가장 두려워해야 할 것은 꿈꿀 수 있는 권리를 스스로 포기하는 것이다. 새 학년, 새 학기가 시작되었다. 단지 N포 세대가 부러워하는 대학이 아니라 진실로 교육의 본질과 이상을 꿈꾸는 ‘꿈의 대학’이 시작되길 희망한다.    

 


한국교원대신문  knuepress@naver.com
<저작권자 © 한국교원대신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인기기사

기사 댓글
첫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
0 / 최대 400byte

숫자를 입력해주세요

욕설등 인신공격성 글은 삭제합니다.
신문사소개기사제보광고문의불편신고개인정보처리방침청소년보호정책이메일무단수집거부이전홈페이지
충청북도 청주시 흥덕구 강내면 태성탑연로 250  |  대표전화: 043) 230-3340  |  Mail to: knuepress@daum.net
발행인: 류희찬  |  주간: 박현선  |  편집국장: 최원호  |  편집실장: 하주현/정규나  |  청소년보호책임자: 최원호
Copyright © 2017 한국교원대신문.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