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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99호/컬처노트] 야간 비행

김서영 기자l승인2017.03.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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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간 비행’은  제목 그대로 20세기 초 야간 비행을 처음 시작했던 인물들에 관한 이야기로, 그 스스로 야간비행의 선구자였던 저자 생텍쥐페리가 자신의 비행 경험과 자신이 목도한 비행장의 모습을 그려낸 진정성과 생생한 심리 서술이 돋보이는 작품이다.  ‘어린왕자’에서도 나타난 생텍쥐페리만의 간결하면서도 아름다운 문체는 이 작품에서도 역시 유효하다. 

‘야간 비행’은 하루 동안 아르헨티나 부에노스 아이레스의 비행장과 야간 비행으로 이곳을 향하는 우편기 파타고니아선, 칠레선, 파라과이선의 조종석에서 벌어지는 일을 교차 서술한다. 단 하루라는 짧은 시간을 그리고 있으나, 야간 비행에 대한 고뇌를 가진 인물들의 심연 속으로 깊숙히 파고 들어 독자로 하여금 한 인간의 생애를 굽어본 듯한 엄정한 무게를 느끼게 한다. 
주인공 리비에르는 비행장의 총 책임자로서 한 평생동안 야간 비행을 위해 온전히 헌신하며 안락한 삶을 살고 있는 평범한 사람들과 구별되는 비범한 의무감을 지닌 인물이다. 그는 안락한 행복만을 추구하는 삶의 한계 꼬집고 그 이상의 의미를 추구하지만, 어떤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그 행복을 희생시키는 것에 대한 정당성을 찾지 못해 고뇌하는 인물이다.
리비에르는 어떤 경우에서도 비행 일정에 변수가 생기면 그 책임을 단칼처럼 묻고 처벌하며 온정을 허락하지 않는 엄격함의 소유자였지만, 나이가 듦에 따라 점점 짙은 피로와 신체의 노쇠함을 느끼고 자신의 헌신을 의심하는 순간을 맞는다. 그러나 리비에르는 이러한 끊임없는 고뇌의 한 가운데에서도 조종사의 죽음에 동요하지 않고 즉시 그 다음 야간 비행에 대해 생각하고 지시를 내리는 결연한 의지를 보인다. 이런 리비에르의 모습과 조종석에서 지상의 불빛을 보며 정착을 갈망하는 비행사들의 모습에서 우리는 단순한 안락과 평화만으로도, 혁혁한 업적에 대한 열망만으로도 온전한 행복에 가닿기 어려운 인간의 복잡한 내면을 확인할 수 있다. 
리비에르는 정답을 가지고 있지 않다. 그러나 “목표는 아무 것도 정당화하지 못한다. 하지만 행동은 우리를 죽음에서 구원해 준다.” 나 “인생에는 해결책이 없어. 다만 추진력이 있는 거야. 그런 힘을 창출해야 하고. 그러면 해결책은 뒤따라오는 법이네.”와 같은 확신에 찬 그의 말은 이불을 걷어차지 못하고 있는 어떤 이들을 흔들어 놓기에 충분하다. 우리의 시대에는 모든 것이 급변하던 20세기와 달리 스스로 선구자가 되기 위해 자기 자신을 던질 대상이 명확하지 않으며, 변화의 가능성 또한 매우 한정되어 있는 것이 사실이다. 따라서 우리에게는 야간 비행의 의미가 다소 와닿지 않을 수 있다. 다만 자신이 보잘 것 없다고 생각하며 이 책을 읽어나간다 해도 스스로를 일으키는 문장 하나 정도는 발견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


김서영 기자  takeoff20@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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