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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99호] 동등한 정치 주체로서 주권과 평등을 외치다

제109회 세계여성의 날 행사 스케치 하주현 기자l승인2017.03.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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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성평등이 민주주의의 완성이다", 제33회 한국여성대회

8일 오전 11시, ‘성평등이 민주주의의 완성이다’를 주제로 성평등 관점의 민주주의를 논의하는 제33회 한국여성대회가 서울시청에서 열렸다. 1부 기념식에선 지난 한 해 여성의 인권 향상과 성차별 철폐를 위해 힘쓴 인물·단체에게 여성운동상과 특별상을 수여하고 성평등 실현에 기여하거나 저해한 주체를 성평등디딤돌과 성평등걸림돌로 꼽아 발표했다.

◇ 디지털 성폭력 아웃 프로젝트, “피해자가 있는 한 이 활동을 그만둘 수 없다” 

올해의 여성운동상은 그간 ‘국산 야동’, ‘몰카’ 등의 이름으로 자행됐던 ‘디지털 성폭력’을 이슈화시켜 사회 인식변화 뿐 아니라 법과 제도의 개선을 이끌어내고 있는 ‘디지털 성폭력 아웃 프로젝트(Digital Sexual Crime out, D.S.O)’가 수상했다.
사이버 공간에서 유통되는 일명 ‘국산 야동(야한 동영상)’은 영상에 나온 여성의 동의 없이 촬영된 몰카(몰래 카메라)이거나 교제 당시 찍었던 성관계 영상을 헤어진 연인에 대한 보복을 목적으로 유출한 것이 대부분이다. 공공 화장실과 모텔, 민간 숙박업소 등에 설치된 소형 카메라로 여성의 신체부위와 배변, 성관계 과정을 녹화한 영상들은 ‘소라넷’과 여타 ‘남초 사이트’, 웹하드 사이트 등에서 유통되고 있었다. 그러나 관련 법안은 부실하고 범죄 사이트의 서버가 해외에 있다는 이유로 혹은 ‘증거가 부족하다’는 이유로 경찰 대응은 미온적이며 피해자가 목숨을 끊는 사례가 발생함에도 청소년을 포함해 급증하고 있는 피해 여성을 지원하는 방안은 제한적이다.
이런 상황에서 D.S.O는 2015년 10월 말 ‘소라넷 고발 프로젝트’라는 이름으로 활동을 시작했다. 당시 웹사이트 ‘메갈리아’에서는 불법 음란동영상 공유사이트인 ‘소라넷 폐쇄 청원 운동’이 진행되고 있었다. 1999년부터 무려 17년 동안 디지털 성범죄의 온상이었던 ‘소라넷’을 폐쇄하자는 목소리가 이처럼 온라인에서 확산되고 있었지만 언론이나 일반 시민의 관심은 적었다. 이에 몇몇 여성들이 오프라인에서 ‘소라넷 폐쇄’를 공론화하기 위해 ‘소라넷 고발 프로젝트’를 시작했고, ‘리벤지 포르노 아웃 프로젝트’이라는 이름을 거쳐 지금의 ‘디지털 성폭력 아웃 프로젝트’라는 이름을 갖게 되었다.
D.S.O는 10여 명의 활동가가 수많은 웹페이지를 모니터링 하면서 디지털 범죄의 실상을 통계로 생산하고, 범죄 모의 현장을 적발해 경찰에 고발하는 형식으로 활동을 전개했다. 신변을 위협하는 협박을 받으면서도 “피해자가 있는 한 이 활동을 그만둘 수 없다”는 이들은 “디지털 성범죄는 근절되지 않는다는 생각을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한다. “음지에 빛을 비추는 것처럼 범죄의 온상이 되고 있는 사이트를 계속 조사하고 신고해서 그들이 발붙일 공간을 줄여나가야 한다”는 것이 이들의 믿음이다.
D.S.O는 디지털 성범죄 피해에 대한 구체적인 데이터를 근거로 관련 법제도 개선과 사회문화적 인식 변화의 계기까지 만들어내고 있다. 20대 국회 여성가족위원회 첫 국정감사에선 D.S.O의 지원으로 ‘디지털 성폭력 범죄’의 심각성이 김삼화 의원에 의해 알려졌고, 디지털 성폭력 피해자 보호 및 카메라 등 디지털 성폭력에 사용된 도구에 관한 몰수규정을 신설한 법제도 개선책이 마련돼 지난 3일 「성폭력처벌특례법 개정안」이 본회의를 통과했다. 이날 D.S.O의 하예나 씨는 “상금 300만 원을 보고 살았구나 싶었다. 활동비가 부족한데 월세 세 달치를 드디어(해결했다)"라며, "저희가 이런 상을 받아도 되는지 영광스럽다"고 하며 환한 웃음을 보였다.

◇ ‘강남여성살해사건’ 이후 여성혐오 공론장의 폭발적 증가


특별상은 지난해 벌어졌던 ‘강남역 여성 살인 사건’ 이후 강남역 10번 출구 앞에 3만 5350여 개의 포스트잇을 써내려간 여성들에게 돌아갔다. 5월 17일 사건이 발생하고 하루 뒤인 18일 오후부터 이 사건의 여성혐오적 맥락을 파악하고 여성의 죽음을 애도하는 포스트잇이 강남역 10번 출구에 붙기 시작했고, 이를 계기로 여성차별과 여성혐오에 반대하는 여성들의 목소리는 온라인과 오프라인에서 폭발적인 동의를 얻었다. 지난 11월에는 정부의 입법예고로 ‘낙태죄’가 수면 위로 떠오르자 ‘검은 시위’가 벌어졌고, 박근혜 정권 퇴진을 요구하는 광장에서 ‘저잣거리 아녀자’, ‘병신년’, ‘집회 참여 여성 성추행’ 등 가시화되는 여성혐오에 반대하며 ‘차별 없는 평등집회’를 위한 ‘페미존’ 활동이 활발해지는 등 한국사회의 민주주의가 젠더관점을 반영해야 한다는 여성들의 요구가 끊이지 않고 있다. 정치권에서도 여성유권자의 표심을 의식해 ‘페미니스트 대통령’, ‘페미니스트’ 등의 용어가 나오고 있는 것은 변화의 뚜렷한 징표다. 행사 측은 “강남여성살해사건은 수많은 여성에게 아픈 자각이 되었고, 실천의 촉매가 되었다. 한 걸음씩 나아가고 있는 모든 여성들의 연대를 확인하며 강남역 10번 출구를 뒤덮었던 포스트잇의 다짐과 용기를 ‘여성운동 특별상’으로 기억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한편 성평등 디딤돌로는 ▲성폭력 통념이 작동하고 있는 ‘성폭력 무고죄’ 적용의 문제점을 알려낸 차진숙 씨 ▲한반도 반전 평화 여성운동의 동력이 되고 있는 사드 철회 성주투쟁위 여성위원회 ▲청소노동자에 대한 심각한 인권유린과 억압실태를 고발한 공공비정규직노동조합 서울경기지부 강서지회(김포공항 청소노동자) ▲낙태죄 폐지를 위한 ‘검은 시위’가 선정됐다. 성평등 걸림돌로는 ▲영화 촬영 과정에서 발생한 성폭력 행위를 ‘과몰입 연기’라며 무죄로 판단한 인천지방법원 부천지원 제1형사부 판사 ▲59년 동안 ‘결혼 퇴직 강요’와 여성노동자에 대한 심각한 차별을 관행이라는 이름으로 자행해 온 ㈜금복주 ▲현지 미성년자를 성추행한 칠레 외교관 ▲‘출산지도’로 여성을 출산 도구화한 행정자치부가 선정돼 참여자들의 야유를 받았다.

이후 여성연합은 성평등으로 일상의 민주주의를 실현하자는 뜻을 담아 ‘3·8 여성선언’을 발표했다. 참가자들은 선언문에서 “오늘날 우리가 처한 민주주의의 모습엔 성평등 개념이 빠져 있다. 우리가 염원하는 민주주의는 여성과 사회적 소수자를 배제하거나 차별하지 않는, 모든 시민을 위한 것이다. 이를 위해 민주주의는 성평등 관점에서 재정의되고 재구성되어야 한다”며 젠더정의가 실현되는 민주주의를 성취하기 위한 결의를 다졌다. 이어 ▲여성대표성 확대 ▲성별임금격차 해소 ▲낙태죄 폐지 ▲차별금지법 제정을 촉구했다.

 

2부에선 여성신문사 공동주최로 19대 대선 주자 초청 ‘성평등 마이크’가 진행됐다. 심상정·이재명·안철수·문재인 후보가 각자의 키워드를 통해 성평등 정책을 이야기하고 성평등 관점 민주주의의 실현을 고민했다. 이들은 일제히 성별 임금 격차를 줄이고 육아에 대한 공공책임성을 늘리며 여성정치인과 임원진 비중을 확대하겠다고 말했다.
먼저 문재인 후보는 오전 10시에 출근해 오후 4시에 퇴근하는 ‘10 to 4’를 도입하겠다고 밝혔다. 임금은 그대로 유지하되 근로시간을 줄여 국가와 사회가 육아 부담을 나누겠다는 것이다. 심상정 후보는 ‘슈퍼우먼(강요) 방지법’을 도입하겠다고 밝혔다. “슈퍼우먼은 칭찬처럼 들리지만 사회와 국가가 책임져야 할 부분을 여성에게 독박 씌우는 말”이라며 출산휴가 아빠 1개월 의무제, 육아휴직 아빠 쿼터제를 적용하겠다고 말했다. 또 새로운 가족형태를 보여주는 드라마 '아이가 다섯', 여성혐오 살인사건이 일어났던 '강남역' 등의 키워드를 제시하며 다양한 가족 형태에 대한 지원과 데이트, 스토킹, 인터넷 디지털 등의 폭력을 근절하는 대책을 내놓았다. 안철수 후보는 여성과 남성의 다른 임금을 들며 성평등임금공시제의 도입과 양성평등위원회의 위상 강화 등을 들었다. 이재명 후보는 “정책은 아이디어 경진대회가 아닌 실천의 문제”라며 공약 이행 의지를 강조했다. 그는 “청와대와 내각부터 성평등을 실현하겠다”며 30%에서 시작해 임기 안에 50%에 달하는 양성평등 내각이 만들어질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국회의 여성의원 비율을 30% 이상으로 해야 한다는 점에 대해선 다른 후보들도 마찬가지 입장이었다.
이밖에도 후보들이 밝힌 정책에는 큰 차이가 없었다. 다만 현장에서의 돌발 질문에 답하는 모습에서 평등에 대한 후보들의 미세한 태도 차이를 확인할 수 있었다. 행사 사회자의 ‘차별금지법에 대한 입장’을 묻는 질문에 이 시장과 심 대표는 현장에서 차별금지법을 도입하겠다고 말했다. 심 대표가 “차별금지법을 (민주당) 당론으로 해달라”고 하자 이 시장은 문 전 대표를 가리키며 “저기에 말씀하셔야…”한다고 말했고 문 대표는 웃음을 지을 뿐 말을 아꼈다.
이날 행사에 참가한 제주여민회 김영순 공동대표는 “사회적 약자들의 여러 삶이 조건이 열악한데 같은 사회 속에서도 특히 여자라는 이유로 더해지는 어려움이 있다. 성폭력 피해를 입었음에도 불구하고 다시 가해자처럼 인식된다든가 청소노동자들의 문제라든가 하는 것이 그렇다. 3‧8 여성대회는 우리가 알고 있지만 문제로 깊이 인식하지 못한 부분에 대해 끊임없이 경종을 울리는 역할을 하는 과정이 아닐까 한다”며 여성의 날의 의의에 대한 생각을 전했다.

 

2. "조기퇴근시위 3시 STOP"

오후 3시, 서울 광화문 광장에선 성별임금격차 문제 해결을 촉구하는 여성들의 조기퇴근시위가 열렸다. 아르바이트노동조합, 한국여성민우회 등 13개 단체로 구성된 ‘3‧8 조기퇴근시위 3시STOP 공동기획단’은 “남성이 100을 벌 때 여성은 64를 번다, 노동시간으로 환산하면 여성은 오후 3시부터 무급으로 일하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지적했다.

다음은 이날 집회에 참여한 여성들의 발언이다.

(1) 공사현장에서 타워크레인을 운전하는 건설노조 17년차 조합원 백순애 씨

"남자가 대다수인 현장에서 여성 노동자가 이용할 수 있는 화장실이나 옷을 갈아입을 공간이 턱없이 부족하다. 컨테이너에서 남녀가 같이 갈아입거나 월남치마로 (신체를) 가리고 갈아입어야 한다. 무엇보다 여자화장실을 따로 두지 않은 경우가 많은데 여성으로서 수치스럽기도 하다. 법으로도 현재 구체화돼있지 않고 있어 (여성 노동자에 대한 대우는) 현장의 재량이다. 1000명당 화장실이 하나여도 되고. 노동현장의 열악한 환경이 남자 위주로 되어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우리 같은 여성 노동자들이 있다는 것을 집행하는 원청에선 고려하지 않는다."

(2) 서울 모 병원의 소아병동에서 일하고 있는 우혜영(서울, 32) 씨

“제가 일하는 병원은 다른 곳처럼 임신순번제가 있진 않고 남자 간호사가 없어 임금격차도 발생하진 않는다. 다만 할머니, 할아버지를 포함한 환자 보호자들이 ‘아가씨’라고 부르시는 경우가 많다. 보통 마음이 상하긴 하는데 대부분 말을 하진 못한다. 할머니 할아버지 같은 경우 언쟁을 하면 기분 나빠하시고 저희로 치면 서비스니까 대부분은 다 넘어간다. 이런 부분부터 민감하게 받아들여졌으면 좋겠다.”

(3) 전국교직원노동조합 김성애 여성위원장

“여학생에 대한 여성혐오적인 언행은 워낙 많이 보고돼있다. ‘여자애들은 수학 못한다’, ‘치마 짧으면 술집여자 같다’와 같은 말도 있고, 번호도 남학생이 앞 번호, 여학생이 뒷 번호인 경우가 허다하다. 또 여학생이나 여교사의 경우는 학교에서 외모에 대한 평가를 자연스럽게 당한다. 처음보자 마자 ‘오늘은 이쁜데?’라는 말을 하고. 여교사라서 무능하다는 편견도 있다. ‘여교사들이 아이들을 꽉 잡지 못해’라는 말로 아이들과 소통하려는 노력을 봐주지 않는 것이다. 특히 결혼한 여선생님에 대한 편견이 심하다. 임신·육아·출산을 하면 ‘매일 집에만 가는 선생, 학교 생활에 몰입하지 않는 사람’이라고 평가한다. 제 경우는 밥 먹으러 세 네 명이 함께 가면 남자선생님들이 ‘어딜 그렇게 몰려다녀?’하고 묻는다. 자기네들도 몰려다니면서….”

 

<3‧8조기퇴근시위 3시 STOP 공동기획단의 ‘여성노동계 4대 의제 10대 요구안’>

의제1. 성별임금격차 해소
- 최저임금 1만원으로
- 임금 공시제도 실시
- 돌봄, 서비스노동 가치 재평가를 통한 임금 기준제시

의제2. 일·돌봄·쉼의 균형
- 임금 하락 없는 주35시간 전면 도입
- 출산휴가 및 육아휴직 실효성 강화
- 남성 육아휴직 의무화
의제3. 여성에게 안전한 일터
- 직장내 성희롱 기업주 책임 강화
- 감정노동, 근골격계 질환 예방 대책 수립으로 건강권 보장

의제4. 불안정노동에 대한 사회안전망 구축
- 출산휴가 급여 불안정노동자(자영업, 특수고용) 적용 확대
- 고용보험 대상 확대 적용

 


하주현 기자  disney006@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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