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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99호] 모두에게 민주주의

편집장l승인2017.03.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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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씨의 탄핵안이 인용됐다. 시민이 이겼고, 헌법이 이겼다. 4개월 동안의 주말 집회와 1600만 명의 누적 참가 인원, 70일 간의 특검 수사, 90여 일의 헌재 심판을 지나 헌법은 전 대통령의 파면을 결정했다.
국민이 승리한다, 촛불이 승리한다, 주문처럼 외우면서도 과연 정말일까 의심했다. 참담한 헌법유린의 사태 앞에 시위하는 시민을 막아서는 경찰을 보면 더 그랬다. 이 지경까지 왔는데도 안 되는 것이냐고. 무수한 실패의 경험 앞에 또다시 암울한 전개가 보이는 것만 같았다. 오래 전부터 권력자와 재벌은 법망을 피하고 무표정으로 일관하며 시치미를 떼 오지 않았던가. 아무리 추악한 짓을 하더라도 그들은 꼿꼿했고 시민들은 무력했다. 그러나 쉬이 낙담한 것이 부끄럽도록 국민이 승리한다는 주문은 사실이었다. 시민들은 더 나은 민주주의를 위해 선뜻 주말을 반납했고, 끈질기게 민주주의 국가를 상상했다. 3월 10일의 승리는 모두 민주 공동체를 염원했던 현명한 시민 덕택이다.
나라 전체가 축제 분위기인 것 같은 이때, 대조되는 집단이 하나 있다. 이들은 탄핵안이 가결되기 전부터 태극기를 휘날리며 ‘애국심’을 선보였다. 그 애국심은 주권을 지닌 5천만 국민이 아닌 대통령 개인으로 상징되는 국가에 대한, 그들의 존재 목적에 대한 충성이었다. 그들에게 국가는 자신의 정체성이며 국가원수에 대한 비난은 자신의 정체성에 대한 도전이기 때문이다.
탄핵안이 인용되자 충격에 빠진 3명의 노인은 목숨을 잃기까지 했다. 그러나 “그만 돌아가시라”는 자기 한 마디면 펑펑 울며 돌아갈 사람들인 걸 알면서도 죽도록 더 저항하라는 것인지 여태 말이 없다. 태어나서부터 청장년층이 될 때까지 국가주의와 민족주의의 시대에 살며 반민주 권력에게 이용당한 이들은 ‘국민이 주인’이라는 국민주권과 민주주의의 원리를 받아들이지 못한다. 그들에게 국모, 국부인 대통령을 비난하는 이들은 힘들게 세운 나라를 팔아먹으려는 반동 세력이고 전쟁의 위협에 빠뜨리려는 불순분자일 뿐이다.
더 이상 명확할 수 없는 국정농단의 증거물과 증언을 목격하면서도 “대통령님은 순수하다, 무죄다”를 외치던 그들은 이처럼 제왕적 대통령과 자신을 동일시한 21세기의 백성들이다. 이들 집단에게 거부감을 넘어 혐오감이 느껴질 수도 있지만 “암적인 존재, 잘 죽었다”는 조롱만이 능사는 아니다. 질곡의 역사 속, 자신을 시민으로 주체화하지 못한 물정 모르는 그들은 그 자체로 대한민국의 슬픈 단면이기 때문이다. 그들 개인에게 비난의 화살을 돌리기 전에 어째서 21세기에 완전히 들어선 뒤에도 그들은 정치권력의 지배를 받으며 집회에 나와야했는지, 어떤 정치권력이 그들을 휘둘렀는지 물어야 한다.
민주시민으로서 살자는 외침을 이해하지 못하는 저들이 답답하고 미울 수 있다. 그러나 특정 집단을 배제하는 민주주의는 진짜 민주주의가 아니듯 과거에 머무른 이들을 내치고 가는 한 우리가 고대하던 민주주의는 완성될 수 없다. 이질적인 시대를 지나온 이들도 우리와 같은 주권자임을 잊어선 안되는 이유다.
올 초, 한국 민주주의의 키가 훌쩍 컸다. 아직 박근혜 한 명이 자연인이 되었을 뿐 그 공모자를 단죄하는 일은 이제 시작이다. 그러나 무능한 독재자를 탄핵 문턱에까지 밀어 넣은 경험과 느낌은 가슴에 남아 앞으로 한국 시민이 걸어갈 민주주의의 길을 오래도록 밝힐 것이다. 그 길을 함께 어깨 겯고 나아가자.


편집장  knuepress@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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