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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99호] "피청구인 대통령 박근혜를 파면한다"

2017년 3월 10일 오전 11시 21분 한건호 기자l승인2017.03.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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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월 10일 헌법재판관 전원 일치 판결로 박근혜 대통령 파면이 결정됐다. 지난해 12월 9일 대통령 탄핵소추안이 헌법재판소에 접수된 지 90여 일 만의 판결이다. 11시부터 진행된 판결에선 당초 예상보다 짧은 시간인 20여 분만에 탄핵 판결문 주문이 낭독됐다.

◇ 탄핵소추안 가결 절차에 대한 문제
이정미 헌법재판관은 판결문 낭독에 앞서 간단한 소회를 밝힌 뒤 탄핵소추안의 절차상의 문제 여부에 대한 헌재의 의견을 밝혔다. 그동안의 재판 과정에 있어 대통령 변호인단은 끊임없이 국회의 탄핵소추안이 절차와 형식상 효력을 갖지 못한다고 주장해왔다. 이에 대한 주요 근거는 여러 개의 탄핵 사유에 대해 개별적인 의결 절차를 거쳐야한다는 것이었다. 각 의원마다 여러 개의 탄핵 사유 중 일부만 동의할 경우를 반영하지 못한다는 것이 문제가 된다는 주장이다. 변호인단은 탄핵소추안을 두고 ‘섞어찌개’라 비하하기도 하며 헌재의 탄핵 판결에 대한 기각을 요구하기도 했다. 하지만 헌재는 이와 관련된 어떠한 명문 규정도 없고 국회의원들의 자유로운 의사결정에 따르는 것이기 때문에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해석했다.
한편 이번 판결에서는 탄핵 판결의 시기와 맞물려 중요한 화두로 떠올랐던 8인 재판관 체제의 헌재에 대한 적절성 여부를 직접 밝히기도 했다. 지난 2월 임기가 종료된 박한철 전 헌법재판관과 더불어 3월 13일을 기점으로 임기가 종료되는 이정미 재판관을 두고 판결 날짜를 둘러싼 논란이 이어졌다. 하지만 이정미 재판관은 “현재와 같이 대통령 권한대행이 헌법재판소장을 임명할 수 있는지 논란이 되고 있는 상황”을 강조하며 헌법재판관의 부재를 대비하여 명시된 법률 조항에 따라 8명의 헌법 재판관으로 탄핵 판결을 내리는데 어떠한 법률적 문제가 없음을 강조했다.

◇ ‘그러나’ 인정되지 않은 탄핵사유들
판결문에서 다룬 탄핵 사유는 ▲공무원 임면권을 남용하여 직업공무원제도의 본질을 침해하였다는 점 ▲언론의 자유를 침해하였다는 점 ▲세월호사건에 관한 생명권 보호의무와 직책성실의무 위반의 점 ▲피청구인의 최서원에 대한 국정개입 허용과 권한남용 총 네 가지였다. 이 중 마지막 ‘최서원의 국정개입에 대한 건’을 제외하고는 모두 탄핵 사유로 인정되지 않았다. 문화체육관광부의 인사조정과 관련된 ‘공무원 임면권 남용 건’과 세계일보의 정윤회 문건 보도와 관련된 ‘언론의 자유 침해 건’은 모두 박근혜 전 대통령과 직접적인 상관성이 없다는 점과 증거가 불충분하다는 이유로 인정되지 않았다. 
탄핵 소추안과 관련해 중심 화제로 떠올랐던 세월호 사건에 대한 박근혜 전 대통령의 책임 역시 탄핵의 사유로는 인정되지 못했다. 헌재는 대통령이 재난 구조 업무에 직접적으로 참여해야할 의무가 있다고 보기 힘들고, 성실히 직책을 수행해야 할 의무에 대해서는 성실함의 추상적인 특성을 이유로 탄핵 소추의 이유가 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다만 김이수·이진성 재판관은 이와 관련해 A4용지 20장 분량의 보충의견을 통해 박근혜 전 대통령의 성실한 직책수행의무 위반을 지적함으로써 박근혜 전 대통령의 무책임했던 세월호 사건에 대한 과거 대처를 질타했다.  (본문 하단 보충의견 결론 부분 참조)

◇ ‘최서원에 대한 국정개입 허용과 권한남용’
헌재가 언급한 탄핵 사유 중 그 위법성이 인정되고, 위법성이 탄핵의 결정 이를 만큼 중대하다고 판단된 사유는 최서원(개명 전 최순실)의 국정개입 및 권한남용이다. 헌재는 최서원이 박근혜 전 대통령을 통해 사익을 추구한 경과와 사건들은 간략히 명시한 후 이들의 위법성 및 중대성을 밝혔다. 헌재는 박근혜 대통령이 최서원의 이익을 위해 대통령의 지위와 권한을 남용하여 헌법, 국가공무원법, 공직자윤리법 등을 위배했다고 판단했다. 
재단법인 미르, 케이스포츠의 설립과 최성원이 이들 재단의 운영 권한을 갖도록 도와준 행위는 기업의 재산권 침해와 기업경영의 자유를 침해한 것임을 밝혔다. 또한 공무상 비밀을 담고 있는 문건을 유출함으로써 국가공무원법의 비밀엄수의무를 위배한 것으로 판단했다. 헌재는 이러한 위법행위에도 최서원의 국정개입사실을 숨기고, 오히려 의혹제기를 비난한 것을 들어 헌법기관에 의한 견제 및 언론의 감시 기능을 방해한 것으로 규정했다. 또한 대국민 담화에서 밝힌 것과 달리 검찰과 특검의 조사에 응하지 않고 청와대에 대한 압수수색을 거부한 것을 들어 “대한민국의 헌법수호의지가 드러나지 않는다”며 박근혜 대통령의 위법, 위헌 행위가 헌법질서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이 크다는 점을 들어 최종적으로 대통령의 파면을 결정했다.  
박근혜 씨는 헌재의 판결에 대해 별다른 입장을 밝히지 않았으며, 12일 오후 7시경 청와대를 떠났다.


한건호 기자  hgh701@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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