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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98/시론] 나는 상대방을 어떤 관점으로 보고 있는가?

유형근(교육학) 교수l승인2017.0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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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요즘 매스컴을 보면 가정에서는 아동학대, 가정폭력 등의 문제가, 학교에서는 학생자살, 학교폭력, 교권침해 등의 문제가, 사회에서는 노사갈등, 이념갈등, 세대갈등 등의 문제가 점점 더 심화되고 있음을 실감하면서 교육자의 한 사람으로서 이러한 문제의 원인이 무엇인가를 자주 고민하게 된다. 이런 저런 생각을 하던 끝에 과거 한 고등학생을 상담했던 기억이 떠올라 그 일화를 소개하려 한다.
  어느 날 예쁘장하게 생긴 고2 여학생이 엄마의 손에 이끌려 상담실을 찾아왔다. 엄마의 얘기를 들어보니 이 여학생은 초등학교 6학년 때까지는 엄마가 하라는 대로 말을 잘 듣는 착한 아이였다. 그런데 중학교에 들어가면서부터 엄마에게 반항하고 사사건건 시비를 거는 등 삐뚤어지기 시작하더니 고등학교에 들어가면서부터는 엄마의 말은 들은 척도 하지 않고 자기가 하고 싶은 대로만 하려는 막무가내가 되어 이제 자기는 아무 것도 할 수 있는 것이 없어 교육을 아예 포기했다고 하였다.
  하지만 여학생의 얘기는 이와 좀 달랐다. 초등학교 때에는 자기가 엄마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어도 제대로 말하지 못하고 참아야 했고 무조건 하라는 대로만 해야 했다. 참다 참다 가끔 반발을 하게 되면 엄마는 매를 들어 자기 뜻대로 하게 만들었다. 그러나 여고생은 중학교에 입학하면서 엄마에게 강하게 반항하기 시작했다. 자기도 힘이 세졌고 일방적인 엄마의 행동에 대해 더 이상 참을 수가 없었다. 그러다보니 엄마와 사사 건건 갈등과 다툼이 빈발하게 되었고 엄마가 강하게 통제하려고 하면 가출도 불사하면서 대항하였다. 고등학교에 올라가면서부터 상황은 초등학교 시절 엄마와의 관계와는 정반대의 상황이 연출되었다. 이때부터는 여학생이 모든 일을 자신의 뜻대로만 하려고 하였고, 자신의 뜻대로 되지 않으면 방에 불을 지르거나 자해를 시도하는 등 극단적인 방법을 동원하여 자신의 뜻을 관철시키려 하였고 엄마는 더 이상 버티지 못하고 백기를 들게 되었다.
  또한 여고생은 중학교 때부터 학교에서도 많은 문제를 일으켰는데, 폭력서클에 들어가서 조직원의 역할을 하면서 자기보다 힘이 센 친구에게는 무조건 복종하고 자기보다 힘이 약한 친구들은 쥐 잡듯 하다 보니 학교폭력의 문제에 연루되어 징계를 받는 일도 여러 번 있었다.
  이 여고생의 이러한 일탈의 원인은 여러 가지가 있을 수 있으나 필자는 가장 근본적인 원인은 엄마가 자녀를 보는 관점에서부터 문제가 시작되었다고 생각한다. 자녀는 나의 소유물이고 내가 책임을 져야 하니까 내가 원하는 방식으로 강요해도 된다고 생각하고 말을 듣지 않으면 매를 들어서라도 자신의 의지를 관철시키려고 한데서부터 문제의 발단이 된 것이다. 이렇게 가정에서 학습된 관계가 학교에서도 이어져 친구와의 욕구충돌이나 갈등이 생겼을 때 상대방이 나보다 센 사람인지 약한 사람인지를 판단하여 강한 사람이면 그 밑에 들어가 하라는 대로 따라하고, 상대방이 약한 사람이라고 판단되면 무조건 자기 의지대로 문제를 해결하려고 하며 그것이 뜻대로 되지 않으면 폭력을 행사했던 것이다. 이러한 관계들이 지속적으로 유지될 경우 가정에서는 아동학대, 가정폭력 등의 문제가 발생하고 학교에서는 학교폭력, 교권침해 등의 문제가, 사회에서는 이해당사자들 간에 갈등이 더욱 심화되어 극단적인 대치가 곳곳에서 발생하게 된다.
  여고생의 사례에서 볼 수 있듯이 현재 관계를 맺고 있는 상대방(자녀, 배우자, 학생, 동료 등)을 수직적인 관점으로 보게 되면 욕구가 충돌하거나 갈등이 유발되었을 때 자신의 의지대로 문제를 해결하려고 하게 되고, 의사소통의 방식도 일방적 의사소통을 하게 되어 힘이 없는 사람은 일방적으로 듣기만 하게 되며, 종국에는 어느 한쪽은 불만이 가득한 채로 대화를 종결하게 되어 한 사람은 철저한 패자가 되는 불편한 관계가 형성된다. 그러다가 상황이 역전되면 둘 사이의 역할만 바뀔 뿐 또 다른 패자가 생겨나는 불편한 관계는 계속 지속된다. 그러나 현재 관계를 맺고 있는 상대방을 수평적인 관점으로 보게 되면 욕구가 충돌하거나 갈등이 유발되었을 때 자신과 타인의 의견을 충분히 들은 다음 서로 절충하고 타협하려는 시도를 하게 되고 그 과정에서 쌍방적 의사소통을 하게 됨으로써 양자가 모두 만족하는 Win-Win하는 관계가 형성된다. 가정에서부터 이렇게 수평적인 타인관을 바탕으로 소통과 타협을 통한 문제해결을 하는 자녀들은 학교생활이나 사회생활에서도 갈등이나 문제가 발생하였을 때 동일한 방식으로 이를 해결하려고 시도하는 경향이 있다.
  이러한 측면에서 요즘 가정, 학교, 사회에서 발생하는 다양한 문제들을 해결할 수 있는 작지만 중요한 출발점은 우리 개개인 모두가 ‘나는 현재 내가 관계를 맺고 있는 다양한 상대방(그가 어린 자녀이건, 학생이건, 상사건, 부하건, 동료건, 힘이 세건, 힘이 약하건, 상대방이 그 누구이건 상관없이)을 어떤 관점으로 보고 있는가?’라는 질문에 답을 해 보면서 각자가 관계를 맺고 있는 모든 상대방들을 나와 동등하게 보려는 ‘수평적 타인관’을 가지려고 노력하는 것이 절실하게 필요한 시점이다.


유형근(교육학) 교수  knuepress@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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