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 : 2020.6.17 수 15:38

[398호] "이게 다 미래도서관 때문이다"

챠기연(역사교육·11)l승인2017.02.20l수정2017.02.22 11:51

크게

작게

메일

인쇄

신고

우리학교의 구성원들을 국가 구성원에 비유한다면 학부생들은 전형적인 소시민에 해당된다. 학교가 제대로 굴러가고 있는지 잘 모를 뿐더러 정보를 얻기도 쉽지 않아 교학처가 어떻고 기획처가 어떻고 하는 이야기들에 대해 무심하다. 물론 이른바 ‘깨어 있다’는 정신 아래 학교를 욕하고 보는 사람은 언제나 있어 왔지만, 이는 대개 개인의 단편적인 경험에서 비롯된 주장에 지나지 않아 생산적이지 못한 경우가 많았다. 다수의 학부생들은 학교의 행정에 별다른 관심도, 지식도 없다.
그런데 마치 요정처럼 나타나 학부생들로 하여금 학교 행정에 대해 관심을 갖게 만들어준 영웅이 있으니, 바로 미래도서관이다. 본디 소시민이라 할지라도 정치적인 이슈가 자신에게 직접적인 피해로 다가오는 순간 각성하기 마련이다. 미래도서관 건축에서 비롯된 재정 문제는 이제 우리학교의 최하층에 자리 잡은 학부생에게까지도 와 닿기 시작했다.
대학회계 예산이 미래도서관에 투입됐다는 이야기는 학부생들 사이에서도 떠돌았지만 그저 평소에도 하는 학교 욕을 한번씩 더 하고 마는 정도의 가십거리였다. 우리네 순박한 학생에게는 억 단위의 돈이 오가면 오히려 현실감이 떨어지기 마련이었으니 말이다. 그러던 것이 졸업생에게 ‘도서관 이용료’로 5만 원씩을 걷기 시작하고, 새내기 배움터 기간이 1박2일로 줄어들고, 면학근로 시급이 전례 없이 최저시급으로 고정되자 학부생들도 생각을 하기 시작했다. “왜 학교에서 이렇게까지 돈을 아끼지? 돈이 부족한가? 왜 부족하지? 아! 미래도서관!”이라는 알고리즘이 탄생한 것이다.
사실 이렇게 틈날 때마다 미래도서관 이야기를 하는 것도 이제는 글을 쓰는 나에게조차 지겹다. 2013년 3월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된 이 논제가 4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모두의 글쓰기 아이템이자 대화 주제로 열렬히 선호되고 있으니 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위치·설계·필요성 등 각 방면에 대한 비판을 무릅쓰고 강행된 사업에 정우택 의원에게 준 명예교육학박사 학위가 무색하게도 결국 돈이 부족하다니, 그 웃지 못할 사연의 당사자가 학교 한 가운데에 서있기까지 하여 모두의 입에 오르내리기에 부족함이 없는 것이 사실이다. 이제는 학교에서 조금이라도 돈을 아끼려는 낌새가 보이면 누군가는 이 말을 꼭 내뱉는다. “그거 다 미래도서관 때문이다.”
한국사능력검정자격증이 전 국민의 필수 자격증으로 자리매김한 오늘, 흥선대원군의 업적 중 대표적인 실책으로 배우는 일이 경복궁 중건임은 모두가 기억할 거다. 고종은 창덕궁에서 잘 살고 있는데 굳이 경복궁을 지어서 체면을 살리겠다는 심보로 양반으로부터 일반 백성들까지 모두에게 피해를 끼치지 않았던가. 이미 있는 도서관은 알 바 아니고 ‘랜드마크’를 만들겠다는 생각으로 도서관을 신축해 직원들에게 돈을 각출하고 다른 곳에 쓰여야 할 예산을 깎아 이미 가난한 학교의 허리띠를 더욱 졸라매는 모습은 과거 그 모습과 매우 흡사하다. 지금 관점에서 본다면 당시의 대원군은 소위 ‘새로운 우파’였을 테니 그마저도 비슷하다면 비슷하다고 할지.
결국 도서관이 다 지어지고 나면 모두가 신축도서관을 사용하지 못해 안달일 것이다. 괜히 미래도서관에 주차도 한번 해보고, 책도 한번 빌려보고, ‘도서관 앞에서 만나자’는 말도 흐드러지게 오갈 듯하다. 그 모습을 보며 미래도서관 입안자는 흐뭇한 웃음으로 결국 자신의 업적이 되었다고 생각할 텐데, 부디 그렇게는 여기지 않으셨으면 한다. 그들이 미래도서관을 이용하는 게 군필자들이 스스로 “그래도 좋은 경험했다”고 어떻게든 자위하는 것이라면, 입안자가 미래도서관을 자신의 업적으로 생각하는 건 국방부에서 긍정적인 군필자들을 보며 “역시 군대가 최고야”라며 보훈 자료를 양산하는 꼴이다. 졸업을 앞두고 내가 가장 걱정하는 일이 있다면 미래도서관 입구에 건축 과정에서 가장 고생한 사람들을 뽑아 감사를 표하지는 못할망정, 그분의 사진과 이름으로 ‘축사’가 실리는 것이다. 소름끼치게도 우리학교의 특성상 매우 확률이 높은, 그런 걱정이다.


챠기연(역사교육·11)  knuepress@daum.net
<저작권자 © 한국교원대신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챠기연(역사교육·11)의 다른기사 보기

인기기사

기사 댓글
첫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
0 / 최대 400byte

숫자를 입력해주세요

욕설등 인신공격성 글은 삭제합니다.
신문사소개기사제보광고문의불편신고개인정보처리방침청소년보호정책이메일무단수집거부이전홈페이지
충청북도 청주시 흥덕구 강내면 태성탑연로 250  |  대표전화: 043) 230-3340  |  Mail to: press@knue.ac.kr
발행인: 김종우   |  주간: 김석영  |  편집국장: 박설희  |  편집실장: 김동건/한지은/박예솔  |  청소년보호책임자: 박설희
Copyright © 2020 한국교원대신문.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