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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98호] 외면 받는 국정 역사교과서, 연구학교는 단 1곳

교육부 국정교과서 도입 단행에 교육계 혼란 이어져 김서영 기자l승인2017.0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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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7일 국정 역사교과서 연구학교가 경북 문명고 1곳으로 정해졌다. 당초 3개교가 연구학교 신청을 했으나, 경북 항공고와 오상고는 신청을 철회한 것으로 밝혀졌다. 지난 해 12월 교육부는 국정 역사교과서에 대한 반대 여론이 거세짐에 따라 국정 역사교과서 도입을 2017년에서 2018년으로 1년 연기하고 2017년에는 기존 2009년 교육과정에 따른 검정 교과서를 사용하되 현장 적합성을 높이기 위해 국정 역사교과서 연구학교를 모집하여 운영하는 방침을 발표했다. 이에 따라 교육부에서는 이달 10일을 기한으로 연구학교 모집을 실시했으나 신청 학교가 없어 기한을 5일 늘렸고, 지난 15일 전국 5249개 중·고교 중 경북 소재 사립 고등학교인 문명고(경산)·오상고(구미)·경북항공고(영주) 3개교가 신청한 가운데 마감됐다. 이는 교육부가 당초 예상했던 전체 학교 20% 신청이라는 목표치에 현저히 못 미치는 수준이다. 연구학교를 신청한 세 학교조차 모두 신청 절차상의 문제가 있는 것으로 알려져 논란이 일었다.

◇ 연구학교 신청 절차의 문제
학교장이 교육청에 연구학교 신청서를 제출하려면 구성원 80%의 동의를 받은 후 학교운영위원회를 열어 과반이 찬성해야 한다. 그러나 경북항공고와 오상고의 경우 학교운영위원회를 거치지 않고 신청서를 제출한 것으로 드러났다. 오상고는 학생들의 반발이 거세짐에 따라 내부 합의가 부족했음을 시인하며 하루만에 신청을 철회했고, 경북항공고는 최종 연구학교 선정과정에서 신청이 취소됐다. 연구학교로 지정된 문명고는 구성원 동의가 80%를 넘지 못했으나 경북교육청이 학교 구성원의 동의를 받지 않아도 된다는 공문을 보내자 신청 마감 전날 오후 5시께 학교운영위원회를 열어 연구학교 신청 안건을 5대 4로 통과시켰다. 앞서 학교 측에서 국정교과서 연구학교 신청 반대서명을 실시하는 등 거부의사를 밝힌 반대교사들을 불러 개인 면담을 통해 압박을 가하고 반대 성명을 주도한 교사의 부장교사 보직을 해임한 사실이 알려졌다. 해당학교의 1·2학년 학생200명이 연구학교 신청 철회를 외치며 시위에 나섰으나 학교 측에서는 신청을 철회하지 않았다. 이와 같이 구성원의 반발에도 연구학교 지정을 강행한 데에는 재단의 영향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홍택정 문명교육재단 이사장은 지난해 말 “국정교과서 발행을 적극적으로 옹호하기로 만장일치로 결의했다”는 성명서를 발표한 한국사립초중고등학교사학법인협의회 경북지회 회장을 맡고 있다.

◇ 교육부, “국정 교과서를 보조교재로 배포할 수도”
문명고 단 1곳이 연구학교로 확정된 것에 대해 연구학교 운영에 대한 회의적인 여론이 지배적이나, 이준식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장관은 대국민담화 기자회견에서 “연구학교 지정 신청이 저조하더라도 신청 학교가 한 곳이라도 있다면 사업을 추진하겠다”는 의견을 밝힌 바 있다. 또한 교육부는 희망하는 모든 학교에 국정 교과서를 보조 교재로 배포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그러나 학생들이 사용하는 모든 교과서 및 보조교재는 초중등교육법 시행령에 따라 학교운영위원회를 거치도록 돼 있어 보조교재 지정여부를 놓고 학교가 또 다시 혼란에 빠질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에 대해 지난 16일 국정교과서 폐기를 위한 교육ㆍ시민사회ㆍ정치 비상대책회의는 “국정역사교과서를 무료로 보조교재로 지급하는 것은 또 다시 박근혜표 국정교과서 살리기를 위한 꼼수에 불과하다”며 “국정교과서의 보조교재 사용은 국정교과서 배포 시 주교재로 의무 사용해야 한다고 명시한 ‘교과용 도서에 관한 규정’과 2018년부터 국정 교과서를 쓰기로 한 ‘2018년 교육부 개정 장관고시’를 위반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 새로운 검정 교과서 집필 기간도 촉박해
교육부는 올해 연구학교 운영 계획과 함께 2018년에는 국정 교과서와 검정 교과서를 혼용하는 방침을 발표했다. 2018년부터는 2015년 개정교육과정이 실시되기 때문에 2009년 개정교육과정을 따라 개발된 기존 검정교과서를 사용하지 못하고 2015년 개정교육과정을 바탕으로 새로운 검정 교과서를 만들어야 한다. 대통령령 ‘교과용 도서에 대한 규정’에 따르면 개정교육과정을 위한 교과서 개발은 최소 1년 6개월 전에 공시가 되어야 하지만 교육부는 이를 1년으로 개정했다. 지금부터 내년 2월까지 새로운 교과서를 촉박하게 집필해야 하는 상황이라 이전에 비해 역사 교과서의 질이 낮아질 것이라는 우려를 낳고 있다.

◇ 국정교과서 금지법과 정권 교체 등의 변수
지난 달 20일 국회 본회의는 ‘역사 교과서 국정화 추진 중단 및 폐기 촉구 결의안’을 가결했다. 본 결의안은 중고등학교 역사교과서 국정화 과정에서 최순실이 개입했는지에 대한 수사 촉구와 함께, 역사 교과서 개정 시행시기를 2015년에서 2019년으로 연기하고, 국정교과서 연구학교 지정을 전면 중단하는 내용을 포함했다. 또한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는 국가가 저작권을 가지는 역사 교과서의 사용을 금지하고 정부가 임의로 검인정 역사교과서 기준을 만들지 못하도록 하는 ‘역사교과용 도서 다양성 보장에 대한 특별법(이하 국정교과서 금지법)’을 의결했다. 국정교과서 금지법이 본회의에 상정되려면 법제사법위원회 법안심사 제2소위를 통과해야 한다. 법안심사 제2소위 위원장이 국정교과서의 도입을 적극 지지하는 입장의 김진태 새누리당 의원이라 차질을 빚고 있는 상황이나, 교과서 금지법이 2월 위원회에서 통과되면 연구학교 운영이 실질적으로 불가능해진다. 또한 조기 대선에 따른 정권 교체가 이루어질 경우에도 역사교과서 도입이 동력을 잃게 돼 연구학교의 혼란이 예상된다.

 


김서영 기자  takeoff20@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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