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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97호] 사이비는 못 말려

김택(역사교육과·11)l승인2016.1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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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박근혜 게이트로 이 나라가 시끌벅적합니다. 지난 토요일에는 시민들이 서울 광화문 광장을 중심으로 100만여 명이 모였고 인터넷 커뮤니티에서도 이 문제로 뜨거운 반응을 보였습니다. 이들이 광장에 나오지 않은 것은 안타깝지만 오늘날 인터넷 커뮤니티가 새로운 공론장의 역할을 하고 있다는 것만큼은 분명해 보입니다. 해방 이후 한국 사회를 관통한 산업화는 기존의 농촌적인 공동체를 해체시켰고, 사람들은 도시화·정보화에 걸맞는 새로운 공동체를 요구해왔습니다. 오늘날의 한국의 인터넷 커뮤니티 문화는 이러한 기대에 상당 부분 부응한 것 같습니다.
 기실 이는 역사적으로 흔한 현상입니다. 과거에도 지배층이 농민들을 부당하게 착취하여 농촌공동체가 파괴되면 농민들은 새로운 공동체를 찾아갔습니다. 중국 한나라 말의 태평도(太平道)는 널리 알려진 예입니다. 태평도는 일종의 도교 집단으로, 지배층에게 수탈당해 어려운 처지에 놓인 농민에게 일감을 챙겨주고 아프면 치료해주는 등 많은 도움을 줬기 때문에 갈 곳 잃은 농민들이 이곳에 모여들었습니다. 얼핏 보면 태평도는 종교의 순기능을 발휘한 좋은 예인 것 같습니다. 그러나 태평도가 멸망을 앞둔 국가에서나 활개를 쳤던 건, 이들이 정상적인 사회에서는 수용되지 못할 사이비이기 때문입니다. 태평도는 도교의 아류이면서 무당숭배, 민간신앙, 음양오행, 메시아사상까지 뒤섞인 미신이었습니다. 사회·경제적으로 튼튼한 사회는 이들의 비상식성을 간파하고 ‘사이비’라 부르며 멀리하지만, 국가가 망해가는 어려운 시절이면 농민들은 살길을 찾아 사이비에 빠져들곤 했습니다.
 사이비들이 농민들을 포섭하여 극단적인 충성심까지 이끌어낼 수 있었던 정신적인 원동력은 ‘증오심’이었습니다. 사이비들은 농민들이 지배층을 향해 꾹꾹 눌러온 증오심을 그럴싸한 사상으로 포장하여 배출해줬습니다. 태평도는 메시아사상을 빌려 지배층의 질서를 타파해야할 ‘창천(蒼天)’으로, 앞으로 태평도가 다스릴 덕의 세계를 ‘황천(黃天)’이라 호도하고 지배층을 비판함으로써 농민들의 충성심을 끌어냈습니다. 곧 이들은 ‘갑자년 올해에 천하가 크게 길하리라’라면서 한나라 정부에 반란을 일으킵니다. 증오가 실제 가해자인 지배층을 향한 만큼, 태평도의 구호는 더욱 호소력 있었고 혐오와 파괴는 합리화됐습니다. 이들이 삼국지로 유명한 황건적입니다. 그들의 결과는 잘 알려져 있습니다. 태평도가 농민들의 증오심을 이용해 일시적으로 세를 불릴 수는 있을지언정 사이비 따위가 새로운 질서를 모색하고 창조해낼 능력은 없었습니다.
 일간베스트·메갈리아의 출현 또한 이러한 맥락에서 바라봐야 합니다. 한국의 인터넷 커뮤니티 문화는 도시화와 IMF 이후의 경제적 몰락으로 초래된 공동체 해체와 인간 소외, 정보화로부터 잉태됐습니다. 그러나 개 중에 가장 유명한 일간베스트가 기존의 커뮤니티들을 제치고 성장할 수 있었던 이유는 일간베스트가 신자유주의적인 경쟁 사회에서 잉태된 억압과 증오의 감정을 배설해줬기 때문입니다. 김대중·노무현, 진보진영, 여성에 대한 그들의 혐오와 폭력은 보수 이데올로기의 외피에 싸임으로써 일간베스트에서 죄책감 없이 공유될 수 있었습니다.
 같은 맥락에서 메갈리아와 그 아류작들은 일간베스트의 쌍둥이이자, 오염된 시민사회의 표본입니다. 유교적 가부장문화에서 억압된 감정을 눌러온 여성들이 메갈리아에 모였던 건 메갈리아가 여성들의 증오를 페미니즘으로 포장해 배출해줬기 때문입니다. 모든 이데올로기에는 이론 뿐 아니라 감정이 공존하고 있지만, 메갈리아의 페미니즘에는 증오를 해소하려는 욕구가 여성 해방의 논리를 압도하고 있습니다. 메갈리아가 강남역시위충돌사건에서 보여준 사회적 실천은 겉으로는 페미니즘의 모습을 띠고 있지만 그 원동력은 단연 증오였습니다. 이미 프로파일러들과 정신의학자들은 강남역사건이 여성혐오범죄가 아님을 진단한 바 있습니다. 그러나 메갈리아는 거대한 혐오의 물결에 휩쓸려 진실을 보지 못하지요. ‘미러링’을 내세워 혐오를 소비하고 해방‘감’에 취해있을 뿐입니다.
 1945년의 해방으로 여성의 정치적 권리와 평등권을 거저먹고 현실 정치의 경험 없이 대학과 아카데미즘이라는 온실 속에서 자라온 한국의 여성운동은 어설프고 순진하여 세상을 바라볼 줄 몰랐고, 그만큼 증오에 쉽게 물들어 메갈리아라는 사이비를 낳았습니다. 이들의 “박근혜, 최순실은 여자라서 더 당하고 있다”와 같이 상식적으로 납득하기 힘든 주장은 페미니즘이 아니라 사이비로 읽었을 때 이해할 수 있는 것입니다. 이성과 감정, 역사와 신화, 갈등과 통합으로 점철된 이 세계의 복잡성을 페미니즘으로만 해석하니 그들의 시선은 편협하고 미래를 바라보지 못합니다. 그러한 점에서 메갈리아는 여성들이 겪은 억압과 차별의 산물임에도 이를 극복하고 평등한 사회를 창출해낼 비전도, 능력도 없습니다. 사회적 약자에 대한 동정심에 휘둘려 메갈리아에서 여성해방을 읽는 건 착각입니다.
 근본적인 문제는 이런 사이비들이 먹혀들어가는 한국의 시민사회입니다. 멸망 직전 한나라의 향촌사회를 태평도가 잠식했듯이, 일간베스트와 메갈리아가 우리 사회에 전염병처럼 퍼져나간다는 것은 그만큼 정치가 부패하고 사회가 혼란하여 시민사회가 썩어 들어가고 있다는 뜻입니다. 납득하기 힘들까 하여 한국사의 한 장면을 인용하겠습니다. “조선 후기에는 세도정치로 부패하고 사회 불안이 커졌다…농민 생활은 파탄에 이르렀다…백성의 고통이 커지면서 백성 사이에서는 말세의 도래와 변란을 예언하는 정감록, 미륵신앙이 널리 퍼졌다.” 일간베스트, 메갈리아 같은 사이비는 먹고 살기 힘든 민중의 증오심을 파고드는 정감록, 미륵신앙과 다를 게 없습니다. 겉으로 그럴싸한 모양새를 띄고 있을 뿐 안개처럼 퍼져나가 진실과 대의를 가리고 있습니다.
 당장 11월 12일에 사이비들이 한 일이란 겨우 컴퓨터 앞에 앉아 “폭력시위”, “정치에서 여자를 죽이려는 시도” 운운했던 것뿐입니다. 부모도 못 말리는 게 사이비이니, 이들을 설득하는 건 소모적인 일입니다. 다만 건전한 시민사회는 헛소리에 현혹되지 않는다는 걸 기억해야합니다. 박근혜를 둘러싼 급격한 정국의 변동과 뒤이은 대선은 비정상의 정치를 정상화하고 장차 시민사회를 회복할 중요한 계기가 될 것입니다. 우리 사회의 모순을 해소할 힘은 사이비에 있지 않습니다. 진실로 정의로운 질서를 만들어낼 의지와 능력이 어디에 있는지 직시하십시오. 건전한 시민사회는 정치에서 출발합니다. 시대에 눈감지 말고 올바른 선택을 하시길 바랍니다.


김택(역사교육과·11)  knuepress@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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