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 : 2017.9.15 금 01:43

[397호/교육현장 엿보기] 누군가에게 정성을 쏟는 일

박진희(한솔고등학교 교사)l승인2016.11.21

크게

작게

메일

인쇄

신고

나는 올해 교직 18년차 고등학교 중국어 교사다. 그저 중국어를 핑계 삼아 아이들과 수다 떠는 것이 즐거운 더 이상 젊지도 예쁘지도 않은 그런 아줌마 선생이다. 교직 경력이 어쩌다 이리 많아졌을까? 그저 종소리와 함께 하루가 가고, 정기고사 시험출제를 4번쯤 하고 나면 1년이 휙 지나가더니 어느새 18년차의 중견교사가 되어 있다. 예전에 “생활의 달인”이라는 프로그램이 있었다. 달인들은 10년쯤 한 가지 일을 계속하면 그냥 막 던져도 딱딱 제자리에 놓였고, 그냥 막 써는 것 같아도 크기가 일정한 무엇이 나오기도 했다. 막 교직에 몸 담았을 때는 10년쯤 지나면 나도 그리 될 줄 알았다. 그런데 웬걸... 나는 지금 10년을 넘고 넘어 어느새 20년이 가까운 데도 오늘도 학교생활을 헤매고 있음을 수줍게 고백한다.
학교에서는 왜 달인이 될 수 없는 걸까? 학교는 사람과 사람이 만나는 곳이다. 사람의 일이기에 학교는 규격화 될 수 없고, 정량화 될 수 없고, 단언 지을 수도 없기에 도무지 쉽지가 않다. 예전에 “A”라는 학생이 있었는데 “B”라는 결과가 나와서, 이번에도 비슷한 “A*”학생이 있어 “B*” 결과가 나오겠지 했는데 전혀 다른 “C”라는 결과가 나오기도 하니까 말이다. 예전에는 이런 “헤매임”이 많이 어렵다고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요즘에는 이런 “헤매임”이 “재미나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모르는 게 인생인거다. 너무 알 것 같으면 그것도 재미없는 일이다. 아무래도 내가 나이를 먹긴 먹었나보다.
그런데, 헤매는 와중에도 내가 생각하는 한 가지는 분명하다. “누군가에게 정성을 쏟는 일”이 교직이라는 점이다. 그런데 그 정성을 알아차려주는 학생도 있고, 전혀 모르는 학생도 있다. 지금은 모르는데 나중에 아는 수도 있다. 이 정성을 선배교사들은 나에게 “콩나물 시루에 물주기” 혹은 “흐르는 강물에 씨 뿌리기”라고 알려주었다. 조금 허무한 듯하지만, 그래도 가끔은 그 맘을 알아주는 학생들을 만나 따뜻한 위안을 받는다.
학교는 계속 변화하고 있다. 학생들도 변하고 시대는 더욱 빨리 변한다. 종소리는 여전하고 네모난 교실도 책상도 교복 입은 학생들도 다 비슷한듯하지만 분명 변화하고 있다. 한 때 학원에서 배우느라 학교에서는 수면을 취하는 학생들도 많았다. 대부분의 학생들이 자고 있는 교실현장을 보며 교실붕괴, 사라진 교권, 학교의 존폐까지도 거론되었다. 교사도 학생도 행복하지 않은 학교는 그저 버틸 수밖에 없는 것인가? 학교에서는 학생도 상처받고 교사도 상처받는다. 그 상처를 치유하기 위해 교사들은 배움의 공동체, 학생중심수업, 거꾸로 수업, 프로젝트 수업, 토론 수업, 하브루타식 수업 등 다양한 방법으로 매너리즘에 빠진 수업을 어떻게든 구해보려고 안간힘을 쓴다. 그리고 그 안간힘을 쓰려고 하는 모습을 그만 학생에게 들켜버리기도 한다. 들켜버리면 서로의 진심을 알게 된다. 관계는 좋은 수업을 만들어낸다.
예전에 질풍노도의 시기의 학생들은 “욕할 준비가 되어 있다”라는 말을 들었다. 때로는 정제되지 않은 말을 툭툭 내뱉는 그 아이들 옆에서 귀가 아플 때도 있었다. 하지만, 지금껏 내가 만난 대부분의 학생들은 그래도 자신을 옆에서 가르쳐주는 사람들을 “사랑할 준비가 되어” 있다. 공개 수업 같은 걸 하면 낯선 이가 많이 교실에 들어왔을 때 학생들은 잔뜩 움추려 어색한 선생의 긴장을 풀어주기 위해 평소보다 더 큰 소리로 대답해주고, 평소보다 더 많이 웃어주는 “의리”를 발휘하기도 한다. 그게 바로 사람과 사람의 정이다. 학교는 그래서 다닐 만하다. 11월이다. 수능이 있는 달이다. 우리 사회에서 대학진학은 여전히 중요하다. 학벌에 대한 갈망도 여전하다. 아이들은 과목별 수행평가로 많이 지쳐있다. 오늘도 나는 책상위에 엎어진 이 어린 영혼들을 정성으로(!) 깨우리라!!! 깨어나라!! 이 사랑스런 왠쑤들아~


박진희(한솔고등학교 교사)  knuepress@daum.net
<저작권자 © 한국교원대신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박진희(한솔고등학교 교사)의 다른기사 보기

인기기사

기사 댓글
첫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
0 / 최대 400byte

숫자를 입력해주세요

욕설등 인신공격성 글은 삭제합니다.
신문사소개기사제보광고문의불편신고개인정보처리방침청소년보호정책이메일무단수집거부이전홈페이지
충청북도 청주시 흥덕구 강내면 태성탑연로 250  |  대표전화: 043) 230-3340  |  Mail to: knuepress@daum.net
발행인: 류희찬  |  주간: 박현선  |  편집국장: 최원호  |  편집실장: 하주현/정규나  |  청소년보호책임자: 최원호
Copyright © 2017 한국교원대신문. All rights reserved.